[후기] 연극 패밀리, 빼밀리


대학로 연극, 패밀리 빼밀리 혹은, 패밀리? 뱅"빼"는거야 방세 "밀리"면!! 패밀리? 빼밀리!


나에게 연극이라 함은 그 사람과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 말할 수 있다.
내 나이 25살이 넘도록 연극한편 못 보았다고 하면 그것은 바로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법.
스크린과 친해지기 전에 왜 무대와 먼저 친해지지 못했는지..
연극을 다 본 후 나는 가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앞에서 그 배우의 눈빛을, 터져나갈것 같은 목의 핏줄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느 새 그 무대위에 같이
연극을 하고 있는 배우가 된듯 하다.
마치 다음 대사는 내가 해야 할 것 처럼.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을 무엇이라 칭하는가.
가족이라 칭한다.
어찌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이들이 가족이라 할 수 있는가.
어차피 피가 섞였으나 제각각의 인생을 사는 우리집의 식구보다 나으니 한번 보시게. 어찌 이들이 가족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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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약속을 하고 화요일날 서울상경을 하자고 했지만, 아침부터 무척이나 쏟아지는 비를 보고 고민을 했드랬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자 갑자기 급 밀려오는 피곤함에 포기를 할 까 했지만.. (사실 평일날 서울약속은 늘 이렇게 급 힘들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라는 생각에 가는 지하철안에서 넉다운이 되었다.

도착해서 미친듯이 달려간 그 곳에서 우리를 기다려 주신 배우님.

계단이 미끄럽다 하니, 조심히 내려가라고 해 주시고.. 시작과 끝에 나와서 편하게 보라며 이건 배우를 위한 연극이 아니라
관객을 위한 연극이라 해 주시는 말씀에 마음편히 연극을 관람 할 수 있었다.

평일인데다가, 비도 무척 많이 온지라 관객은 20명 남짓..그래서 배우들이 대충 할까봐 은근히 겁도 났었다..
그래도 배우들은 평소 100을 보여줬다면 오늘 우리를 위해서 1000을 보여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연기에 투혼을 발휘해 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가족들이 없는 월세 25만원의 한 집에 사는 이들은, 포장마차주인 봉자, 사채에 쫒기는 성기, 탑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세나와, 철학자 철학과, 동자신 지나. 그리고 겉으로는 티내지 않지만 이들을 진짜 가족이라 생각하며 늘 아끼는 집주인 지선생님과의 한집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요즘 여느집에서 들리기 힘든 웃음을 보여주는 재미있고, 즐거운 연극이다.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이다.
바로 연극의 막이 내리고, 배우들과 함께 하는 사진찍는 포토타임.

내가 이 연극이 아니면 그 무대가 그렇게 뜨거웠을거라는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포토타임을 그 무대위에서 그 배우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이
뜨겁게 타오르는 그들의 연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대답해 주는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주인공을 가려주는 시간은
 포토타임 때 가족처럼 따스하게 맞아주었던 그 시간.
내가 사진에 그들과 함께 찍히는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사진에 찍혀 그들과 함께 웃는 그 시간이 진짜 주인공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 가족은 무엇일까.
오늘 아침 나는 아빠에게 평소에 하지도 않던 말을 하고 회사를 나섰다.

"아빠, 회사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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